서울공예박물관에서 공예 문화 이해를 돕는 교육강좌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올해 총 6번의 강좌가 예정되어 있고, 어제는 그중 첫 번째인 서도식 작가의 '공예의 유희성'.
■ 강연자 : 서도식(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강의주제 : 공예의 유희성(예술가와 장인 활동의 원천으로서 유희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 진행순서 1) 14:10 ~ 15:00 : 강좌
2) 15:00 ~ 15:30 : 질의응답
■ 신청기간 : 2024. 2. 14(수) ~ 2024. 2. 21.(수)
※ 2. 14(수) 12:00 접수 시작, 2. 21(수) 18:00 접수 종료
■ 신청방법 :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선착순 접수 (100명)
■ 운영장소 :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어린이박물관) 1층 강당
시민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한 강좌로,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강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무료!)
어쩌다 이 강좌를 발견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 개관 때부터 계속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어떻게 이제껏 한 번을 안 가본 공예박물관에서,
2) 2024년도 진행하는 시리즈 강연 중 그 시작인 첫 번째 강연,
3) '공예의 유희성'이라니 작품을 감상하는 눈을 기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신청!
눈 쌓인 길을 지나 서울공예박물관에 도착해서,
어린이박물관으로 꾸며진 교육동에 들어서자 보이는 오늘의 강연장.
비교적 최근 개관한 박물관이니 만큼 강연장도 깔끔하니 좋네예.
강연이 시작되고 보니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게,
소개된 강의 주제가 '공예의 유희성'(예술가와 장인 활동의 원천으로서 유희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인데,
나는 관객이 공예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유희성을 생각하고 있었네;
강연은 다양한 작품들, 뛰어난 기술을 갖춘 공예 작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공예의 정의, 공예를 이루는 요소 등을 언급하다가,
작가 본인의 작품들로 넘어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금속공예 작가로서 지난 작품들을 어떤 기법으로 작업했는지, 각각의 작품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게 설명을 듣다 보니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 작품활동이 전개되는 모습, 작가의 고집, 관객으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서도식 작가는 강의 시작에서 '공예'에 대해 정의할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작품'이라고 하면서도,
본인의 작품은 기능적인 사용보다 작품 그 자체를 즐겨주기 바라는 모습이었다.
작품을 만들 때에 주전자, 화병, 접시 등 사물이 가진 명칭에 걸맞은 기능을 갖추고는 있지만,
작품의 기능에 의한 목적성보다는 본인이 가진 작가로서의 기술, 능력, 표현방법을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이 갖추어야 할 구성을 표현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까가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실제 화병 작품을 소개하면서 작가 본인은 이 화병에 가능한 꽃을 꽂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작품에 꽃이 추가됨으로써 작품의 조화가 깨지고, 본연의 형태가 흐트러지는데 그보다는 작품 자체를 바라보며 즐겨주었으면 한다고.
나는 평소 공예작품은 기능성을 갖추었을 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작가의 말씀 중 공예 작품이라고 해서 그 가치가 '물리적 기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관객들이 벽에 걸린 회화작품을 바라보고, 조각상을 바라보며 기쁨을 얻는 것처럼 공예 작품도 작품 그 자체로 관객에게 기쁨을 느끼게 하는 '심미적 기능'을 할 수 있고 그것으로도 앞에 설명했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서의 효용성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부분은 작가에 따라, 관객에 따라 모두 다양하게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경우,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앞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어떠한 작품을 접했을 때,
내 기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 어떠한 눈을 가지고 작품을 살펴봐야 할지 그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힌트가 된 것 같았다.
서도식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본인이 가진 기술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려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결과로써의 작품 역시 중요하겠지만, 그것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떻게 작업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이것을 얼마나 기꺼이 즐기면서 해 내느냐가 이번 강의 주제인 작가가 가진 작품활동 원천이 되는 유희성이겠지)
그렇다면 나도 앞으로 작품을 볼 때 그 결과는 물론이요, 작가의 배경, 의도, 주특기 등을 같이 고려해야겠구나, 하는 부분이 피부에 와닿게 깨달아졌다고 해야 할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관심이 부족한 작품들은 그냥 눈으로 껍데기만 보고 지나치는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앞으로의 나의 예술을 바라보는 눈의 깊이도 조금은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강연의 목적은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유희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국엔 내가 바랬던 관객의 유희까지 충족된 상황ㅎㅎ
서도식 작가의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가님은 하나의 금속판을 두드려서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의 작품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데,
철판 하나에서 시작해 두드리고 두드려 완성되는 작품들 - 진짜마냥 작고 귀여운 감과 왕!큰!감!
탐스러운 색깔은 옻칠로 표현.
노력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졌다 - 모양내어 작업한 모습을 모여주기 위해 작품을 뒤집은 모습, 은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안쪽은 나전으로 촘촘하게 장식되어 있다.
감 꼭지를 심지로 램프의 기능을 하고 있다 - 강의 중간에 뒤쪽의 라이터로 불을 붙여 보여줬는데, 불꽃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이내 끄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서의 고집이 느껴졌다.(선생님, 봤어요ㅎㅎ)
새모양 주전자 - 나무로 만든 손잡이 부분과 뚜껑을 제외하고는 끊김없이 한장의 철판으로 제작되었다 - 주전자로 쓰려고 하지 말고 작품으로 감상해달라고.
강의 초반엔 인생의 후반기를 즐기는 평온하고 젠틀한 노신사처럼만 보였던 이미지와는 달리, 본인의 작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먼저 언급했던 작품을 대하는 자세, 작품 제작 방식 등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자신만의 규칙으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저 정도의 고집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구나 싶은 모습들이 보였다.
그 완고함 와중에 본인의 작품을 선보일 때 보이는 뿌듯함(?), 뭔가 적절한 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으쓱으쓱 귀여워지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ㅎㅎ
내가 요래요래 만들었습니다, 하는데 즐거워하시는 모습, 역시 창작자가 즐겁게 만드는 작품이 최고의 작품, 최고의 원동력이구나 - 공예의 유희성이 눈 앞에 있다!ㅎㅎㅎ
이밖에 작품 이야기, 유희성에 대한 이야기 등등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풀어내는 기술이 부족해 내가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1시간이 좀 넘는 강연을 통해 무엇보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기대가 가장 큰 수확이었다.
+ 서도식 작가를 알게 된 것도! (앞으로 어디선가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철판을 두드려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작고 탐스런 감
강연을 마치고 나의 2024 올해의 목표에 '서울공예박물관 2024 - 강좌 6회 모두 참석하기'도 한 줄 추가해 본다.
올해가 끝날무렵엔 나,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엄청나게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공예박물관 정원을 지키는 근육 스노우맨!
그럼 또 보자, 스노우맨!
※ 이 포스팅은 만족스러웠던 강연에 대한 오롯이 내 개인적인 이해와 감상의 기록이므로, 작가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표현 했을 수도 있는 점,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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