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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든둥 굴러가는 나의 일상/좋은 것을 알려주겠다

오리엔티에서 선물차가 왔다!

by 기대해박 2024. 4. 15.

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스타에서 오리엔티라는 계정을 한 번은 봤을 것도 같은데,

젊은 분이 중국을 오가며 차 산지 소개도 해주고, 차에 대한 자신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는 게 좋아 보여 팔로잉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비싼 가격 때문에 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면 소분판매로 다 같이 모여 좋은 차를 나눠먹자!는 기조로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하겠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나 같이 없는 주머니 털어 다양한 차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소식! 웰컴입니다. 사장님.

그러다 커뮤니티 기능을 할 네이버 카페까지 오픈했다고 해서 구경갔더니, 오픈 이벤트라니! 차를 보내준다니!

 

 

 

카페에 참여 글 올리고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도착!!

왁, 사장님

첫번째 선물차라면 두 번째도 있다는 말씀이실까요?ㅎㅎㅎ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의외로 빨리 도착한 선물에 신이 나 버렸다!!

 

상자 안에는 시음 차 3가지 + 서비스의 서비스 격으로 넣어주신 듯한 티백 3개,

그리고 사장님의 인사까지.

 

내게 온 차는 총 4가지.

사무실로 받은지라 제대로 시음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포장을 살짝 열어 일단 건엽 향만 맡아보았다.

 

1) 복정백차 일급목단

백차답게 초록초록한 건엽에 백호가 살아있다.

찻잎이 많이 보이는데 평소 백차라고 하면 긴압차든 산차든 싹을 위주로 만들어진 차를 주로 봐왔어서 찻잎까지 포함된 모습이 새로웠다.

가끔 보이차들에서 보이는 낙엽인가? 싶을 정도로 큰 찻잎들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아주 자잘한 사이즈는 아닌 듯

 

봉투를 살짝 열어 향을 맡아보니,

백차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처음엔 살짝 달큰한 향이 나는 건가? 싶었지만

계속 맡았더니 달달보단 향긋한 상쾌함? + 건초향?

따뜻하게, 그리고 차갑게.

2가지 온도로 모두 즐겨보고 싶은 향이다.

 

 

2) 봉황단총 압시향 설편

봉황단총은 처음 접해보는 차인데, 구분은 우롱차.

● 봉황 = 차나무가 자라는 광둥 성 차오안(潮安) 현의 펑황산(봉황산, 鳳皇山)이라는 지명에서 온 것.

● 단총 = 하나의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 즉 한 그루씩 따로 채엽하고 제다한다는 것이 원래 뜻이지만, 현재는 한 품종의 채엽과 제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고.

 

고로, 봉황단총은 봉황수선 품종의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의 총칭이며(개별 차 이름x), 봉황수선종은 유전적인 다양성으로 많은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으며 이 중 선택된 것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봉황단총은 꽃향과 과일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인데, 이런 이유로 봉황단총 각각의 차는 차나무 향을 기준으로 구분되고 이름이 정해진다고 한다. (내가 받은 차는 압시향!)

 

 

요건 건엽향이 좀 신기했다.

볶은 라면땅 같은 향? 자극적이지 않은 은근한 고소함과 달달한 향긋함이 느껴지는 듯.

요거 우리면 어떤 향이 날까?

 

우롱차라는데 건엽색깔만 보면 홍차마냥 짙은 암갈색이 보인다.

나는 산화도 높은 차가 좋은데! 오우, 기대된다.

 

참고로, 이름에 있던 '압시향 설편'의 압시향(鴨屎香)은 오리똥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ㅎㅎ

차향이 너무 좋아 찻잎을 하도 훔쳐가서 일부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데,

(농부가 우둥산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오리의 분토에 심었더니 맛이 좋은 차나무로 자라 누가 차나무를 꺾어 갈까 봐 일부러 오리똥향이 난다고 소문을 냈다고도. 카더라 같은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중국차시장에는 이러한 차 이야기들이 많아 차를 즐기는 재미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이거 이거 더 기대되는구먼.

(설편은 雪片, 겨울차라는 뜻이라고)

 

 

3) 2021 맹해 하개 고수차

고수차(古樹茶)는 수령이 오래된 야생의 교목인 고차수(오래된 차나무)에서 채엽한 잎으로 제다한 차로,

일반적으로 수령이 100년 이상인 야생교목 차나무의 경우 고수차, 30~ 100년 사이의 야생교목 차나무에서 채엽한 경우 대수차(大樹茶), 30년 이하는 소수차(小樹茶)라고 한다고.

최근 50년이 넘은 경우 노수차(老樹茶)라는 표현도 쓰는데 교목과 관목 구분 없이 통칭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차는 중국 맹해 하개 지역의 오래된 차나무에서 21년에 채엽, 제다한 차가 되겠구만요.

(지역에 대한 공부는 뚝딱 뚝딱이 안 되는 관계로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다ㅠ)

 

 

고차수라고 하니 대엽종일 것만 같은데 건엽 형태는 자잘하고 가늘어 보인다.

누르스룸~ 짙은 녹색~ 갈색 + 부분 부분 자르르한 백호의 윤기도 보이고.

건엽 향은 묘하게 짠내가 느껴지고 묵은향도.

 

 

4) 그리고 서비스의 서비스, 이름 모를 티백!

자잘한 찻잎의 티백 3개ㅎㅎ

아마도 보이차 티백이 아닌가 싶은데.

요거 재밌다.

 

처음엔 다른 차들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져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일단 뭐 하나는 마셔볼까 싶어 꺼내 들었던 게 재밌는 향을 가지고 있었다.

뭐랄까, 향이 약한 훈제구이 오징어 냄새?ㅎㅎㅎ

정산소종만큼의 강렬한 꾸릿함은 아닌데 분명 있다! ㅎㅎㅎ

내가 좋아하는 훈제향.

 

 

앗.

그런데 막상 우려 보니 향이 거의 사라졌다..

내가 뭔가 잘 못 우린 걸까...

 

차가 거의 가루라서 10초씩 짧게만 우렸는데..

탕색은 첫번째 진한 호박빛이었던 게 두번째는 암갈색으로 진해졌다.

(주름유리 너머로 비치는 탕색 예뻐♥)

차맛은 잘 모르겠지만, 건엽향은 내가 좋아하는 꼬릿 한 스타일.ㅎㅎㅎ

아직 티백이 2개 더 남았으니 물 온도를 살짝 낮춰서 다시 도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