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베란다 창문이 뿌-옇다.
몇 달 전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을 다시 했는데,
그때 저 먼지를 다 뒤집어쓴 건지..
아니, 생각해 보니
애초에 이사하고 2년도 넘게 베란다 창 바깥을 닦은 기억이 없네.
맘먹고 유튜브에서 핫하다는 청소 영상도 찾아보고,
이 걸레를 살까, 저 밀대를 살까 고민도 하다 보니, 문득 드는 근본적인 생각.
대단한 걸레를 사다가 엄청난 청소방법으로 청소를 한다한들 과연 내 체력으로 이거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나?
나는 과연 황금 같은 주말, 창문에 매달려 청소를 하고 싶은가..?
대답은, 아니요. 못합니다.
불러주세요, 로봇 청소기!!
창문 청소에 대해 알아보다가 알게 된 창문 로봇 청소기.
(내가 주문한 건 워터봇.
워터봇과 샤오미, 2개의 모델이 많은 것 같은데 청소기능의 차이는 미미한 듯하고, 청소할 창문에 난간이 있는 경우 창문과 난간 사이의 간격에 따라 사용 가능한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 두 모델 간 두께에 차이가 있음! 워터봇이 더 얇다!)
처음엔 왠지 못 미더워서 로봇은 무슨, 손으로 닦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청소는 자신이 없어 결국엔 한번 체험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청소기 대여 업체에 주문을 했다.
나 같은 사람들 다 같이 한날한시에 청소들이 하고 싶은 건지
주말 예약은 벌써 마감되어 있어서 결국 한 달 정도 뒤 날짜로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거두절미하고 체험 후기 : 당신을 내 애완청소기 삼아도 될까요...?
이거 진짜 물건이다.
사진으로 증명하는 창문 청소기의 위엄.
아까의 비포, 그리고 애프터.
눈물의 감동 실화!
와, 진짜
혹시나 떨어져 다른 집 창문을 깨부수기라도 할까 봐 부들부들 걱정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리모컨 꼭 쥐고 창문 앞에 서서 요리조리 조정을 하고 있는 나 자신ㅎㅎ
청소기를 자동설정해 두고 다른 일을 해도 되긴 하지만,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래도 가생이, 모서리들은 걸레가 안 닫는 곳들이 생기게 마련이라
수동조작으로 이런 곳들을 절묘하게 닦아내는데 희열이 느껴진다ㅎㅎ
(2번 정도 닦아보면 리모컨 조작 요령이 생긴다ㅎㅎ)
쪼꼬만 게 창문에 붙어 뽁짝-뽁짝- 차근차근 창문을 닦아나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우웅-거리는 청소기 소리도 어느새 백색소음처럼 느껴지고,
창문이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닦이는 것 같은 기분.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길에는 불멍, 물멍만 있는 게 아니고
창멍도 있다!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한 달에 한 번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분기별 한 번씩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옆집, 윗집, 주변에 같이 사용할 만한 이웃을 모아 하나 장만해서 공용으로 돌려쓰면 참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민센터에서 우리 아파트에 환경미화상이라도 하나 만들어 주지 않을까? ㅎㅎ
일단 아직은 이웃집과의 친분교류 계획이 없으니 다음 분기는 한번 더 대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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