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였나, 대학 때였나.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우연히 빌린 '기쿠지로의 여름'을 반납 전까지 몇 번을 돌려봤었는지.
맹- 하니 귀여운 마사오와 어설피 불량스러운 기타노 다케시의 조합도 좋았지만 당시 영화 ost였던 summer에 빠져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때 그렇게 기쿠지로의 여름을 만났던 것처럼, 요즘 공연 뭐가 재밌나~ 뒤적뒤적 인터파크 뒤져보다가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 콘서트를 발견했다.
그것도 오케스트라 공연!
평소 오케스트라를 내 손으로 직접 예매해서 본 일은 없었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연주자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져 옳다쿠나- 예매.
그것도 2층 객석으로!
여기라면 연주자들이 잘 보이겠지??
그리고 공연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안전바에 대한 설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커튼콜 때 외에 사진 촬영이 불가라서 미쳐 남겨진 사진이 없는데,
롯데콘서트홀 2층 1열에서는 안전바가 눈앞을 지나간다ㅋㅋㅋㅋㅋ
(공연장 예약 시 참고! 참고!)
물론 귀로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난 연주자들 움직임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2층으로 올라온 거잖아.. 힝구리...
눈앞에 장애물이 있을지언정 최대한 오케스트라가 보고 싶어서 좌석에 반 누운 상태로 난간과 안전바 사이로 절묘하게 공연을 보고 있자니,
자꾸 가려져서 안 보이는 연주자들이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목은 너무 아픈데 허리는 또 녹아나고.
척추수술 2천만 원이 자꾸 생각나서 결국 인터미션 때 안내해 주시는 분께 아예 뒤쪽 빈자리로 좌석을 옮길 수 있을지 여쭤보고 자리를 옮겼다.
(좌석 변경 허락해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ㅠ)
그리고 옮겨 간 자리. (2층 C블록 7열)
이렇게 보니 어~~ㅁ청 꼭대기에서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무대가 가깝게 느껴진다.
(저~ 앞에 보이는 2층 난간 안전바...ㅠ)
오케스트라 공연이 이번이 처음이었던 건 아니지만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밀려오는 파도처럼 일사불란하게 악기를 바꿔 쥐었다가,
저쪽에서 맑은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다시 이쪽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연주자들을 바쁘게 눈으로 쫓으며 제대로 즐겨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해 보자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큰 흐름에 녹아드는 절묘한 오보에의 소리.
영화는 저게 뭐야, 하면서 봤던 거 같은데 음악이 이렇게 좋았다고?? 싶었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
아직도 이렇게 새로운 재미가 세상에 넘쳐난다.
아- 이 즐거운 세상을 좀 더 즐겨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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