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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든둥 굴러가는 나의 일상/좋은 것을 알려주겠다

종아리 부자의 닥터마틴 14홀 (+10홀 추가)

by 기대해박 2024. 1. 11.

 

닥터마틴 좋아한다.

신발장엔 8홀, 첼시(아마도 비앙카),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버건디 컬러의 앵클부츠 하나.

 

익숙해지기 전까지 고문 수준의 착화감으로 유명한 닥터마틴이지만

내가 가진 3켤레는 모두 무난무난하게 특별히 길들임이 필요 없는 디자인들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여름을 제외하고는 꽤 애용하고 있는 신발들.

 

덕분에 닥터마틴을 좋아한다.

 

 

셋 중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건 8홀,

최근 몇 년간 휘뚜루마뚜루 가장 자주 신은 건 버건디 부츠,

비앙카는 얄상한 앞코로 닥마 다른 첼시들에 비해 디자인 자체는 예쁘지만 아쉽게도 닥터마틴 특유의 유난히도 거대해지는 사이즈감을 무시할 수 없어 최근엔 잠정 휴업 상태;

 

어쨌든, 그렇게 3 켤레 같은 2켤레로 정착한 지 이미 몇 년인데,

작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또 슬금슬금 이 모델, 저 모델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구입했다. 닥터마틴 14홀 1B99.

 

사실 14홀보다 먼저 눈이 갔던 건 20홀이었는데,

이건 확실히 실패했다.

20홀을 신기에 내 종아리는 인터넷 세상 속의 그녀들처럼  세련되지 못하구나.

촘촘하고 균일한 간격으로 쫌매져야 할 신발끈들이 필요이상으로 건강한 종아리를 감당하지 못해 옆구리 터진 김밥마냥 처참해진 모습을 보고 20홀은 고이 다시 반품.

 

그대로 잠시 또 잊고 살다가

조만간으로 예정하고 있는 홋카이도 여행을 앞두고 적당한 겨울 신발이 하나 필요하겠다, 고민하던 중

비싼 돈 주고 관심도 없던 한철짜리 방한화를 살바에야 발이 좀 시리더라도 두고두고 신을 수 있는 닥마를 사겠다! 로 노션 변경(핑계)

 

여행지에서 신발끈을 풀고 묶고 반복하는 건 성가시다 = 지퍼!

지퍼 = 14홀!

의 흐름으로 1B99 선택ㅎㅎ

 

사실 그래도 몇 날 며칠 고민하긴 했다.

과연 얘는 내 종아리를 감당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앵클도 아니고 롱부츠도 아닌 어중간한 길이감에 손이 자주 갈 것인가.

비싸기는 또 참 더럽게 비싸네. 하면서

 

 

그리고 드디어 도착!

 

정신없이 택배 박스 풀어헤치고 신발 끈 꿰기 돌입.

14홀, 구멍이 많긴 많구나..

닥터마틴_끈_묶기

저 멀리 보이는 건 내 오랜 8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두 발로 딛고 선 이상 어디서도 쉽게 넘어지지 않으리.

닥터마틴_14홀

 

아니, 그래도 나 나름 170 넘는데, 비율 뭐 이따위냐.

 

 

살을 가리면 좀 나아질까.

닥터마틴_14홀

 

뒤돌아 노란 꼬리도 한번 봐주고,

닥터마틴_14홀

 

 

애초에 원했던 코디, 헐랭방구 삼촌 츄리닝과의 조합

닥터마틴_14홀

 

... 삼촌이 공사장 삼촌이었나...

 

 

미안해요. 닥터마틴.

그렇지만 원래 세상이 다 그렇게 예상한 대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잖아요.

나도 이런 걸 기대했던 게 아니었어.

그치만 어쩌겠어, 나 같은 고객도 있는 거야.

 

 

 

이쯤 되면 반품할까 싶지만,

 

 

 

아닌데요?

신을 건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터마틴_14홀

 

 

일단 엄청 편하다!

부드러운 가죽에 바닥도 폭신.

종아리야 뭐 신다 보면 늘어날 테고,

이대로 더 나아지지 않는대도 상관없다.

 

원래 종아리 콤플렉스로 짧은 옷을 잘 입지 않는데,

되려 이 신발과 함께라면 어쩐지 그냥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예 발목에서 잘리는 길이감보단 종아리를 살짝 타고올라오는 길이라 그런지

신발이 익숙해지면 크게 신경 쓰일 것 같지 않다.

 

대신 10홀에 대한 욕심도 같이 생기는군.

안 그래도 8홀이 좀 짧뚱한 것 같다는 기분+10여 년 정도 구르고 구른 덕에 수선을 고민하고 있었던 점+공사장 삼촌 핏은 확실히 10홀이 더 어울릴 것 같아!

 

게다가 닥터마틴 이 귀신같은 놈들이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일요일까지만 쓸 수 있는 20% 세일 쿠폰을 보내줬다.

이 미친놈들, 지금 나 감시하나? 이렇게 내 돈을 빼가나?

10홀을 15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면 지금이 기회인 거 아닌가?

어차피 8홀 지금 죽어가고 있는데?

아, 쿠팡 나를 불러줘!!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즐거운 인생을 부탁드릴 14홀과,

그동안을 함께해 준 나의 고마운 8홀 투샷.

닥터마틴_14홀_8홀

 

우짜든둥 나의 꽃신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14홀을 샀더니,

10홀이 자꾸 아른아른해서 결국 질렀다.

마침 귀신같은 닥터마틴이 어떻게 알고 20% 쿠폰까지 보내줘서 15만 원대에 공홈에서 겟!

 

닥터마틴 10홀닥터마틴 14홀

 

같은 바지에 왼쪽이 10홀 1490 버지니아 / 오른쪽이 14홀 1B99.

확실히 바지랑 같이 붙으면 10홀 핏이 훨씬 예쁘다.(물론 다리모양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8홀과 비교해서 발목 부분이 좀 더 길게 올라오다 보니

끈을 발목에 두어 번 감아 매듭지어 잡아주어야 신발 안에서 발이 미끌리는 느낌을 막아주는 듯.

 

치마를 잘 안 입는 내 경우엔 모양자체만 보면 14홀 보다도 10홀이 확실히 예쁘고 쓰임도 많을 것 같다.

다만 확실히 신발 신고 벗기는 너무 불편하네.

8홀도 성가셨는데, 10홀은 더 구멍이 더 많아... 하..

10홀 모양에 지퍼가 있었으면 정말 나한테는 딱이었을 듯.

 

아예 통 넓은 옷에는 14홀,

바지를 넣어 입거나 좁은 통에는 10홀.

이렇게 손이 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