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짜든둥 굴러가는 나의 일상/나는 오늘

모르지만 재밌잖아_리움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연계 국제 학술 포럼 <불화 속 여성, 불화 너머 여성>

by 기대해박 2024. 4. 19.

 

얼마 전 호암미술관에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타이틀로

동아시아 불교미술 작품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여성상을 조명하는 전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 불교미술이라니.

'다양한 여성상'에 방점이 찍혀있는 전시인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다양한 불교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니 궁금하구나!! 하고 있던 참에

리움미술관에서 이와 연계한 국제 학술 포럼을 개최한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호암은 멀어서 당장 움직이기 쉽지 않지만, 리움이라면 시도해볼 만 하지.

 

참가 신청하고 기다렸다 드디어 어제,

룰루랄라 반차내고 이태원으로 출발!

 

으아, 날이 좋아도 너무 좋은데요..

역시 회사를 벗어나면 세상천지 다 봄날인가.

 

 

고백하자면,

리움미술관 처음 가 봤다.

지하 내려가는 길 하나도 제대로 찾지 못 하는 나.

서울살이 20년에도 한 번 촌년은 영원한 촌년이네예.

 

조명이 멋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장실도 멋진 리움미술관에서

목적지 도착.

 

 

 

 

포럼은 2개의 세션에 각 2개의 강연, 총 4개의 강연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의 제목은 아래와 같이.

세션1) 모성이라는 축복, 혹은 의무
1-1) 관음과 모성, 박은경(동아대 교수)
1-2) 조선 전기 불화와 왕실여성, 김정희(원광대 명예교수)

세션2) 창조와 죽음 사이의 여성들
2-1) 석보상절의 불전도, 이데 세이노스케(규슈대학 교수)
2-2) 일본 구상도의 수용과 전개, 모리자네 구미코(규슈국립박물관 문화재 등록실장)

 

 

포럼이라는 딱지가 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사실 내가 여기에 참석해도 되는 걸까? 나의 무지로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왜냐하면 나는 불교도, 미술도, 여성도 특별히 고민하거나 공부한 적 없고, 관련 업계나 분야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일반 참관객이니께)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불교미술' 작품들을 좀 더 알고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신청한 이번 행사에 참석하고 난 지금의 소감은,

역시 사람은 뭐가 됐든 배우고 경험하면 그게 다 남는 것이다. 뭐든 해 볼 것!이라는 진리.

 

 

세션1) 모성이라는 축복, 혹은 의무
1-1) 관음과 모성, 박은경(동아대 교수)

 

첫 번째 강연은 수월관음도를 주제로 관음보살과 선재동자의 관계를 통해 모성을 조명하는 내용의 강연이었는데,

마침 지난 선거일에 중앙박물관에 놀러 갔다가 불교회화관에 연달아 걸려있는 수월관음도를 보며 멋있다, 예쁘다, 선재동자는 누군데 저기에 있나(선재동자의 존재도 지난주 처음 알았다!), 이 보살님은 왜 바다 위에 앉아있는 건데, 저긴 어딘데?? 등을 생각하다 돌아왔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지, 반갑지.

이번 강연을 듣지 않았다면 앞으로 다시 수월관음도를 보게 되더라도 또 멋지다, 예쁘다만 하고 넘어갈 것을 이젠 옆에 쪼꼬맣게 서 있는 선재동자도 꼭꼭 찾아보게 되겠지.

 

세션1) 모성이라는 축복, 혹은 의무
1-2) 조선 전기 불화와 왕실여성, 김정희(원광대 명예교수)

 

두 번째 강연에서는 왕실 여성들이 발원해 제작된 불화들에 대해 소개했는데,

다른 내용들보다 귀에 들어왔던 이야기가 영암의 도갑사 이야기.

당시 궁 안에만 있었을 왕후가 어떻게 저기 멀리 있는 영암에 있는 절에 불화를 걸 수 있었겠는가? 그건 도갑사가 당시 왕실의 지원으로 지어져서 이런저런 불화와 문화재들이 많이 있다는 것.

영암이면 나중에 본가에 갔을 때 아빠 엄마 꼬셔서 한 번 가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도갑사, 도갑사. 미리 공부를 해둬야겠다.

 

 

세션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나.

내 일본어 실력 아주 다 똥이었구나. 했던 시간.

 

일단 강연 내용만 보자면, (물론 제대로 알아먹은 것도 없으니 보자고 할 것도 없지만.)

 

세션2) 창조와 죽음 사이의 여성들
2-1) 석보상절의 불전도, 이데 세이노스케(규슈대학 교수)

 

조선 전기에 그려졌다고 하는 불화 세트 -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 를 비교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그림의 전체적인 내용은 세조가 직접 편찬했던 석보상절-조선 세종 28년(1446)에 수양대군이 김수온 등과 함께 편찬, 번역한 불경 언해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각각에는 석가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모습과(석가탄생도) 석가모니의 부인인 구이가 등장한다고.(석가출가도)

-세션 2의 큰 제목인 창조와 죽음 사이의 여성들-

 

솔직히 불교 관련 인물, 명칭, 호칭 등등, 한국말로 들어도 생소해서 집중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진도가 나갈까 말까인데.

일본어로는 아예 무리였다.

물론 미술관 측에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스스로의 주제를 파악하고 도움을 받았다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수월함이 있었겠지만 일본어로 들어보고 싶은 욕심에... 음. 객기였다ㅎㅎ

 

여하튼 덕분에 이러한 그림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됐으니 뭐 하나는 건진 거겠지.

묘하게 어디선가 본 적 있었던가? 싶기도 했는데 명확히 기억나는 건 없는 것 보니 어디선가 스쳐 지나가며 접했던가, 아니면 본 적 없으면서 착각하고 있던가.

 

석보상절에 대해서도 나중에 찾아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1446년 세종의 정실인 소현황후가 죽자 수양대군이 크게 충격을 받아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중국 양나라의 승우가 지은 석가보와 당나라의 도선이 지은 석가씨보 등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설법들을 참조하여 모은 뒤 분류, 편철하여 처음 석보를 제작, 어머니의 제단에 올렸다고 한다.

이를 본 세종이 수양대군에게 석보를 완성하라는 명을 내려, 신미, 김수온 등과 함께 기존 석보에 증수석가보, 아미타경, 무량수경, 지장경, 법화경 등의 내용을 추가하고 원문들을 한글로 풀어쓴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석보상절이라고.

 

석보상절은 인쇄에 사용된 한글 활자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최초로 만들어진 점, 석보상절의 한국어 문장이 다른 언해 자료와 다르게 한문을 직역한 문체가 아닌 점, 최초로 동국정운식 한자음을 부기한 점, 이 책의 표기법이 그 뒤의 한글 표기법의 전범이 된 점 등을 볼 때 15세기 중엽의 한글과 한자음 번역 연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더불어 한글로 표기된 최초의 산문 작품이며, 문장 또한 세련되고 유려하여 후대의 한글 고전소설 편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졌다고 하는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는 2점이 원래 세트였는데,

지금은 각각 일본 후쿠오카의 혼가쿠지와 독일의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에 있단다.

왜 거기까지 갔어...

 

이번 강연에서는 각각의 그림을 서로 비교하면서 이런저런 설명들을 해주었다.(물론 나는 정~~ 말 부분 부분밖에 알아먹지 못하고, 다만 설명을 하고 있구나.. 정도만 이해...ㄸㄹㄹ....

2개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는 경험이 흔치 않을 것 같은데 차라리 미리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갔으면 좀 더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었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호암 가야 하나??)

 

세션2) 창조와 죽음 사이의 여성들
2-2) 일본 구상도의 수용과 전개, 모리자네 구미코(규슈국립박물관 문화재 등록실장)

 

마지막 강연 또한 처음 보는 내용들이었는데.

구상도.

강렬하고 한편으로는 기괴하기도 하고.

인간의 죽음부터(또는 생전의 모습부터)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9단계에 거쳐 변해가는 모습을(시체의 모습) 그림으로 기록하여 그것을 통해 욕망을 끊어내는 수련을(부정관) 하는 그림이라는데.

 

음. 역시 수행이란 쉽지 않군요.

강연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강연은 그래도 앞의 3번째 강연보다 조금은 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냥 알아만 듣고,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다양한 구상도를 보여주며 반복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했고,

뭐 인간이 죽어 사라지는 모습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거니까.

 

여하튼 그림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어디선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런 작품들을 마주쳤다면 음..

으어~ 하면서 지나쳐 갈 듯.

앞으론 아! 정도는 하면서 잠깐 살펴볼 정도의 정보는 얻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얻은 것이네.

 

역시 세상엔 배울 게 정말 많다.

몰랐으면 어때, 앞으로 알면 될 일이다.ㅎㅎ

 

아, 더불어

이런 식으로 나름의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는 감상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꿀! 

 

 

+ 추가로,

포럼내용과는 별개로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

1) 리움미술관에서는 번역 서비스로 음성번역과 문자번역 2가지를 제공했는데,

이 중 문자번역 서비스 좋았다 bb

나는 행사장에서 보통 음성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 봐왔는데,

앞에서 들리는 강연자의 목소리와(비록 알아먹지 못할지언정) 귓가에 번역 목소리가 같이 들리는 것이 영 불만이었는데 문자번역 서비스는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다시 한번 bb

(더불어 미술관 강연장은 강연 시작 후 암전을 유지했는데 의자에 붙은 조그마한 간이테이블에 어둠 콤보 덕분인지 계속해서 여기저기서 번역기 떨어뜨리는 소리가 반복되었고,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번역기 조작을 제대로 못해선지 음량 조절이 제대로 안되었든가, 채널 조절을 제대로 못한 듯한 지지직 소음이 계속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나도 음량 조절을 위해 몇 번 버튼을 누르다가 마음 같지 않아 그냥 끄고 문자 번역으로 넘어갔음)

 

2) 200명 대상 강연 종료 후 출구가 엘리베이터 하나라는 것은 문제 아닌가...?

물론 비상계단이 있었는데, 그건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정도.(물어보면 알려줬다)

엘리베이터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 계단도 당연히 같이 안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멋도 좋지만.. 글쎄요...? (게다가 한 층만 올라가면 되는 거였잖아요..)

물론 사고가 나거나 하는 경우라면 옆의 전시관을 통해 바로 위로 올라갈 수 있고, 내가 포럼 전체 종료 후가 아닌 라운드테이블이라고 하는 2차 순서를 앞둔 중간 쉬는 시간에 나와서 그런 안내가 없었던가 싶기도 하지만..

글쎄, 강연만 듣고 돌아가는 사람이 나 말고도 꽤 되었던 것 같은데, 나라면 계단 안내 인력을 붙였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