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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솥 안에 세월을 켜켜이 쌓아 내어주는_인사동 조금(鳥金) 여름인데 뭔가 보식(補食)이 하고 싶어.예~전, 예전예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던 인사동 조금에 솥밥을 먹으러 가보자. 일본 어느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외관의 식당.인사동 초입에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다녔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조금'이라는 가게에 대해 알게 된 게 거의 20년 전쯤이었던 것 같은데,아니나 다를까 가게 안에 20년, 그 이상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카운터에 앉아계신 사장님 머리 위에 걸려있는 시범위생업소 액자.붓펜으로 쓴 것 같은 글씨에, '지정되었읍니다'에서 풍겨지는 세월의 멋이 장난 없다. 아니,가게 바닥 타일, 이건 또 무슨 일이야.박물관이 따로 없네. 강한 주등 없이 간접조명들로 간결하게 꾸며진 가.. 2024. 7. 31.
나를 잡아주는 힘 종교의 힘은 참 대단하다.칠렐레 팔렐레 나이롱 신자인 나를 내버려 두지 않고.언제나 그 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필요할 때 아닌 척 스윽 나타나 붙잡아준다. 언제가 되었든 내가 손 내밀기를 기다렸다가우연히 마주친 것 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나 아는 척해주고,무너질 때쯤 찾아가 매달리면 언제든 그 손을 잡아준다. 잘했다, 잘 못했다 하는 것 없이그냥 그렇게 내가 숨 고르고 쉴 수 있게 옆을 지키고 있어 주다가또 살만해져서 뛰쳐나가면 묵묵히 다시 올 때를 기다려준다.   사람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무너졌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한번 더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무조건적으로 바라고 기댈 수 있는 내 편. 각자의 종교가 무엇이건.종교라는 건 참 대단하다. 2024. 7. 22.
진득한 깊은 맛_명동 신세계 떡볶이 이젠 어딜 가도 관광객들로 가득 차서 특별한 용건이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발길이 향하지 않는 명동.그 사람들 틈새를 비집게 만드는 용건이라면 신세계 떡볶이 정도는 되어야지. 사람들로 가득 찬 대로를 살짝 비껴 난 골목길, 건물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것 같은 모양새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세계떡볶이.  가게 안으로 넓진 않지만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메뉴는 평이하게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 김밥, 군만두. 그럼 그 중에서 이곳에서 시켜야 하는 건?어렵지 않다.떡볶이와 군만두. 무조건.떡볶이와 군만두.  이 집 떡볶이에는 어릴 때 먹던 학교 앞의 추억 따위는 없다.칼칼한 고춧가루에 마늘 듬뿍 넣은 진득하니 강렬한 한국의 맛 밖에는. 쌀떡이냐 밀떡이냐 굳이 싸울 필요 없이그냥 누가 먹어도.. 2024. 7. 22.
보쌈 주세요, 나만. 내 것만_시청역 고려보쌈 고기가 땡기는 점심이면,조용히 혼자 가는 집. 나는 혼자라도 가게 안은 이미 직장인들로 가득 차서 시끌벅적 정신이 없다.서울시청 뒷편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고려보쌈.이전엔 삼계탕집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간판이 바뀌고는 아주 예전부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찾는 이유. 1인 주문이 가능한 보!쌈!정!식!!야르- 살코기만 내주는 살만또는 살과 비계가 적당히 섞인 섞어 중 하나를 골라 정식을 주문하면 요래 한 상을 내어주신다.내가 주문한 건 섞어서 정식 1인.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섭취항목 마늘 한주먹.상추와 향긋하게 무쳐낸 채소무침.나는 상추쌈을 좋아해서 주신 상추를 다 먹고 저 채소무침까지 꼭.. 2024. 7. 9.
광화문역 진하고 보드러운 콩국수_명동 칼국수 바야흐로 여름.콩국수의(냉면의, 수박의, 빙수의, 메밀국수의, 팔도비빔면의, 기타 등등의) 계절. 매년 여름이면 시청역 진주회관에 줄서는 게 연례행사였는데,올해는 새로운 콩국수집으로 출동. 나만 올해 처음 알게된 집이고,가게 자체는 30년도 더 넘은 맛집이라는데.바로 근처 식당들을 다니면서도 여긴 몰랐다. 이름은 명동칼국수.그런데 여름만 되면 콩국수 맛집으로 변신! 진주회관의 장사진을 기억하고 있기에 12시 점심시간에 살짝 비껴 나게 도착했는데,그래도 줄을 안서진 않는군. 맛집은 맛집인가비. 가게 들어갈 때 주문&계산까지 마치고 안내해준 자리로 착석해서수저, 젓가락 놓고,김치 준비하다보니 금세 나온 콩국수.  다른 고명없이 뽀얀 콩물과 면뿐.테이블에 기본양념으로 소금이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한 수저 떠먹.. 2024. 6. 28.
나의 동력이 되어주련, 아디다스 아디제로 보스턴 12 작년 9월부터였던가,어영부영 찔끔찔끔 동네 하천을 뛰기 시작했던 게 어느덧 겨울도 한번 보내고 이제 본격적인 여름 목전. 주로 나가는 아침 5시 30분~ 6시경이면 이미 해가 빼꼼해서 점점 달리기가 힘들다.덥고, 힘들고, 그러니까 나가기 싫고.나가기 싫어지니까 한번만 쉬자, 안 달리면 그다음은 더 힘들고. 지금이 타이밍인가 싶어 그동안 미뤄왔던 러닝화 쇼핑을 했다. 요리하는 도중, 요리 냄새에 질려 입맛을 잃는 어머니도 아니고뭐가 됐든 이것저것 조사해서 본격적인 장비만 갖추면 흥미가 떨어지는 이상한 성격,+ 브랜드를 막론하고 러닝화는 다 못생긴 것 같은데 여기에 돈 쓰고 싶지 않은 마음 콤보로그동안은 가지고 있던 운동화 중에 그나마 달리기 좋아 보이는 것들로 뚱땅뚱땅 뛰어다녔었는데. 더위와 함께 이미 털.. 2024.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