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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든둥 굴러가는 나의 일상/나는 오늘

추억이라고 부르고, 대형폐기물이라 쓴다_1

by 기대해박 2024. 1. 29.

취직과 함께 둥지를 틀었던 성산동 내 첫 자취방.

3000-10, 반전세에 10평이 채 안되던 원룸 하코방ㅎㅎ

 

공간박스 몇 개와 이불 몇 장으로 시작했던 첫 살림이 어느샌가 야금야금 불어나더니,

이젠 수납공간이 필요해! 하며 사게 됐던 내 나무 침대.

서랍장이 아니고 왜 침대냐고 묻는다면,

그때 당시 아마 벙커침대니 뭐니 이런 거에 꽂혀서 공간을 새로 창조한답시고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

고민이 너무 과했던지 갑자기 전혀 생뚱맞은 퀸 사이즈의 평상형 침대를 골랐었다ㅎㅎ

 

아마 당시 내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에,

평상형이면 매트리스도 당장 안 사도 되고,

침대 아래에 서랍자리를 만들수도 있겠다 싶어 골랐었겠지.

 

그때는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거다.ㅎㅎㅎ

다만 방이 너무나도 좁아서 침대가 들어오고 나니 정말 침대 하나 더만큼의 공간밖에 남지 않아 우스운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그 싸구려 침대가 나쁘지는 않았던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몇 번의 이사에도 중도탈락 없이 울고, 웃고 서울생활을 함께 했었다.

 

마지막 이사 이후,

기력이 쇠했는지 다리가 어긋나고, 등 허리께가 꺼져가도 억지로 붙잡고 자는 자리를 바꿔가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다가,

삐걱대는 소리가 심해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오랜 기간 정들었던 침대를 보내고

드디어? 결국엔? 새로운 침대를 들였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그리하여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던 내 소중한 추억은

이제 대형폐기물이 되었다.

침대
보내기 전, 마지막 기념촬영. 오랜시간 함께해줘 고마웠다!

 

대형폐기물
잉잉ㅠㅠ 안녕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