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딜 가도 관광객들로 가득 차서 특별한 용건이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발길이 향하지 않는 명동.
그 사람들 틈새를 비집게 만드는 용건이라면 신세계 떡볶이 정도는 되어야지.
사람들로 가득 찬 대로를 살짝 비껴 난 골목길, 건물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것 같은 모양새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세계떡볶이.
가게 안으로 넓진 않지만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메뉴는 평이하게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 김밥, 군만두.
그럼 그 중에서 이곳에서 시켜야 하는 건?
어렵지 않다.
떡볶이와 군만두.
무조건.
떡볶이와 군만두.
이 집 떡볶이에는 어릴 때 먹던 학교 앞의 추억 따위는 없다.
칼칼한 고춧가루에 마늘 듬뿍 넣은 진득하니 강렬한 한국의 맛 밖에는.
쌀떡이냐 밀떡이냐 굳이 싸울 필요 없이
그냥 누가 먹어도 무조건 맛있는 몰랑몰랑한 쌀떡에 진한 소스 듬뿍 버무려 내어 준 떡볶이에,
뜨끈뜨끈 군만두 푸욱 찍어 한입.
(사진처럼 이쑤시개로 깔짝대지 말고, 손으로 집어 먹어야 제맛이다.)
(분명 다른 집에서는 절대 안 사 먹는 껍데기뿐인 특별할 거 없는 군만두인데,
여기서는 안 시키면 손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집이 서울 쌀떡 1등인지, 2등인지
혹은 한 15등쯤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진짜 떡이 맛있다.
어쩌다 운 좋으면 퇴근하고 한 번씩 포장해서 집에 싸들고 가는데,
집에 가져가서 다시 데워먹어도 여전히 말랑말랑 쫀득쫀득 굿굿.
보통은 점심에 가서 먹고,
퇴근하고 들르면 재료 소진으로 마감 중이거나 이미 문 닫고 들어가신 경우가 더 많다.
명동 상권 다 죽었던 코로나 시기에도 "우리 집은 달인이잖아~" 하셨던 여자 사장님의 농담 속 자신감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닌 듯.
평소 자신이 밀떡파라도,
군만두는 생전 시켜본 역사가 없더라도.
마늘맛이 싫더라도.
한 번은 먹어보자.
떡볶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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