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남대문시장.
사실 시장이라면 다 좋아하지만,
근무시간에 짬 내서 갈 수 있는 시장이라니!
게다가 그게 세상 다양한 재미들이 넘쳐나는 남대문시장이라니!
복 받은 김에 부지런히 누려야지.
오늘 점심은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
갈치골목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빼곡히 갈치조림 식당들이 줄을 서 있다.
입구부터 호객에 정신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집은 중앙갈치.
희락갈치, 넥타이맨 갈치 등등
워낙에 집집마다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서
매번 갈 때마다 이 집이었나? 저 집이었나? 헷갈려서 기억해 두기 위해 포스팅해 둔다.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100% 줄을 기다려야 해서 나는 매번 약간 느지막이 가는 편인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발길이 닿게 된 거라 그냥 맘 편히 줄을 섰다.
줄 선 김에
계란찜 하는 것도 구경하고,
(육수를 먼저 끓이다가 계란물을 붓는 것 같았다 +-+)
계란찜 옆, 생선 굽는 것도 보고.
반대편엔 팔팔팔 갈치조림 냄비들.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집들을 전부 가 본 건 아니지만,
보통 비슷한 상차림을 내어준다.
갈치조림+갈치구이(풀치)+계란찜을 기본으로,
집집마다 밑반찬들이 약간씩 달라지는 구성.
중앙갈치는 구운 김 반절 사이즈를 여러 장 겹쳐 다시 반으로 접어 간장과 함께 한봉다리씩 내주는데,
나는 요게 좋아서 언제나 중앙갈치로!
무랑 갈치를 푹 끓여 진하고 뜨끈한 갈치조림 맛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언제나 손님으로 바글바글한 식당에서 늘 친절한 아주머니들도 존경스럽다.
자리에 앉아 뚝딱뚝딱 눈앞에 상이 차려지면,
뜨끈뜨끈 보드라운 계란찜 한 숟갈 떠서 먼저 한 입,
그다음엔 진한 양념에 푹 조려진 갈칫살 살살 발라 양념 듬뿍 떠서 흰쌀밥에 배빌배빌 비벼서 또 한 입,
푹 익혀진 무도 한 조각 덜어 잘게 부숴 밥이랑 싹싹 비벼 한 입,
갈치조림에 계란찜 얹어서도 한 입,
큼지막한 김 한 손에 얹어 밥 한 숟갈 척 올리고, 간장 쫑쫑 싸서도 한 입.
고봉밥이 순식간에 뚝딱이다.
비록 가게는 오래되어 의자가 삐그덕거리고,
1층 계단 아래 자리에라도 앉게 되면 손님이 오르내릴 때마다 두들리네 집 벽장 안에 살던 해리포터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까지도 다 맛있는 시끌시끌 정겨운 시장집 식당.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올 때마다 치솟아 오르는 저 가격 좀 누가 붙잡아줬으면.
분명 8천 원? 9천 원? 정도 때부터 봤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만원 찍고 벌써 만이천 원이네ㅠㅠ
효자손왕만두를 오른쪽에 끼고 돌아 첫번째 갈치골목에서
안으로 쭈욱 들어가다 보면 왼편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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